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순발력있는 의사 결정이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APM 8장에서 게리 클라인은 "의사결정에 관한 공식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를 의심하라. 이런 강의는 사람들이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친다"라고 갈파하고 있습니다. 대신 게리는 노련한 조종사, 소방수, 응급실 간호사가 결정을 내리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하고,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줍니다.
이런 전문가들은 경험, 직관, 훈련, 동료라는 네 가지 무기를 사용해서 위기를 극복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초기 상승 과정 중에 엔진 고장으로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불시착하는 과정에서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시에 기체 전파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BOAC(과거 British Airways) 707-465 G-ARWE 편의 불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사고기와 유사한 기종)
비행기 운항 중에 비상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이런 비상 사태에 대비해서 공통적인 문제와 난관을 시물레이션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대응을 하게 되는데,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서로 교차 점검을 하면서 훈련받은 절차에 따라 한 단계씩 문제 원인 분석과 해결에 들어갑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종사의 역량이 무척 중요합니다.
런던에서 쮜리히를 경유하여 시드니로 향하는 BOAC 707-465 G-ARWE는 1968년 4월 8일에 3시 반 경에 런던 히드로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707 조종 경험이 풍부한 기장 둘과 항법사와 엔지니어를 포함하여 승무원 5명과 승객 127명을 태운 이 비행기는 이륙허가를 받은 다음에 활주로를 가로질러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륙 후 20초 후에 2번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기장이 이를 감지해서 'fire drill'을 외치고 비상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초기 대응은 신속했습니다. 기장은 관제탑에 비상 사태가 났음을 알려주고 비상 착륙 허가를 요청했으며, 엔지니어인 힉스가 'fire drill' 절차에 따라 점검 항목을 살피면서 1단계 조치에 들어가고, 2단계 조치를 계속해서 수행했습니다. 1등 항법사인 키크랜드가 힉스를 돕기 위해 큰 소리로 점검 항목을 반복해서 읽으려고 했으나 힉스는 이미 처리가 끝났다고 중단 시켰습니다. 바로 이런 사소한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말입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비행기는 225노트로 3000피트 상공에서 운항 중이었기 때문에 비상 착륙 허가를 받은 활주로 착지 범위에 가까스로 들어갈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유압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겨서 비행기 조종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장은 엔진 화재 대책은 엔지니어에게 전담시킨 채 엔진 세 개로 최대한 단거리 착륙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엔진을 껐음에도 불구하고 화염은 사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착지 한계점까지 400m를 남겨두고 비행기를 착륙시킨 기장은 최대한 빨리 정지시키기 위해 역추진 엔진을 켰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대응이 동체쪽으로 화염 방향을 트는 바람에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착륙 직후 바로 기장과 엔지니어는 엔진 세 개를 모두 끄고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 기내 승무원이 엔진에 불이 붙은 상황을 인지하고 조종실에 이야기를 해서 착륙하는 동안 이미 비상 탈출 장치를 준비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화재가 커져서 날개쪽에 불이 붙자마자 바로 기체 포기를 택하고 급히 승객을 탈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불붙은 파편이 날아다니고 동체 쪽에도 불이 붙는 바람에 출구가 막힌 승객들은 아비규환 속에서 불이 붙지 않은 반대편으로 탈출을 시도했고 슬라이드가 망가지는 바람에 뛰어내리다가 다친 승객도 많았습니다. 결국에는 승무원 1명을 포함한 다섯 명의 희생자를 내고 말았습니다.
사고 조사 위원회가 기체 정밀 검토를 마치고 내린 결론은 놀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2번 엔진 소화기가 동작하지 않아서 화재가 커졌다고 생각했지만, 소화기는 정상적으로 동작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핵심 문제는 승무원 비상 사태 대응 점검 항목에 들어있는 엔진 연료 밸브 잠금이었습니다. 'fire drill' 과정에서 가장 먼저 2번 엔진 밸브를 잠궈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상태로 계속 비행을 했기 때문에 2번 엔진 일부가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다음에도 계속해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화재로 인한 유압 밸브 손상으로 인해 유압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놀랄만한 기술로 기체를 무사히 착륙시켰지만 기체 포기 직전에 연료 부스터 펌프를 꺼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생각보다 화재 전파속도가 빨라져서 공항 소방대가 바로 화재 진압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가 늘어나 버렸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기장은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동료 승무원이 'fire drill'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감시하지 못했습니다. BOAC의 매뉴얼에 따라 비상시 절차를 복창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보잉에서 만든 707 조종석은 인체공학적으로 엔진 화재 발생시에 한눈에 문제점이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탈출구에서 전개된 비상 탈출 장치가 화재에 잘 버티는 재료로 만들어서 30초만 더 버텼더라도 모든 승객을 다 구출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순발력 있는 의사 결정을 내렸더라도, 환경과 맞물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때문에 순발력 있는 의사 결정이 어렵습니다.
사고 이후에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우선 정신 사납게 분산되어 있던 'fire drill'이 'Engine Fire or Severe Failure Drill'로 바뀌어서 단순화되었습니다. 707 조종석에 붙어있는 엔진 관련 스위치 개선이 있었습니다. 707 조종사 매뉴얼이 비상 사태를 대비해서 좀더 강화되었습니다.
BOAC 707-465 G-ARWE 사고 요약은 ASN 보고서를 참조하시고, 자세한 설명은 Macarthur Job이 지은 Air Disaster Volume 1 7장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역자 박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