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의 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완전한 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부족한 점이 있을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창의성도 마찬가지 속성이 있기에, 제약 아래서 제한적인 자원이나 시간 내에 교묘하고 영리한 방법으로, 모두가 기대했던 수준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기발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굳어버린 사고를 조금 전환하기 위해 우주 미아가 될뻔한 승무원 세명을 구해낸 아폴로 13호 프로젝트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폴로 13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폴로 13호 프로젝트는 달로 가는 도중에 산소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달착륙이라는 원대한 꿈을 포기하고 승무원 전원 무사귀환이라는 목표 하나에 모든 관계자가 매달려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차분히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보면 공학도라면 누구나 뭉클한 감동을 느낄 겁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음을 느낀 비행 책임자인 크란츠는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Okay, let's everybody keep cool...Let's solve the problem, but let's not make it any worse by guessing"("좋아요, 모두 침작합시다. 문제를 풀되, 생각만으로 일을 그르치게 하지 맙시다.")
뒤주에 갇힌 쥐가 이곳저곳을 파다가 지쳐서 쓰러지는 어리석음을 피하기 위해 크란츠와 동료들은 상황분석과 여러 가지 시물레이션을 통해 사고 발생 후 45분이 지난 시점에서 생명과 전원 유지에 필수인 산소탱크가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령선에 남아있는 마지막 전원 공급장치가 2시간을 채 버티지 못할거라는 예측을 하게됩니다. 사령선에서 불필요한 장치를 모두 꺼버려서 최소로 전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밖에 못버티는 상황이므로 승무원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사령선과는 달리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달착륙선에 실려있는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여러 가지 기술 검토를 진행했는데, 그 동안 아폴로 프로젝트가 너무나도 순조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번도 비상시에 달착륙선을 구명보트로 사용해볼 기회가 없었기에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핵심적인 문제는너무나도 명확했습니다. 비상시 달착륙선 부트스트래핑을 위한 시동을 거는 절차가 없었던 겁니다.
나사 관제 센터에 있는 공학도들은 달착륙선 상승 과정에서 사용하는 소형 배터리로 부트스트래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달 착륙선 배선도와 장치 도면을 보면서 승무원을 위한 단계별 스위치 조작 방법을 급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조작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복잡한 절차라는 문제가 나타나는 바람에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폴로 10호 임무 중에 전원 배터리가 나가버린 상황을 가정하고 시물레이션을 해본 결과 승무원 전원 사망이라는 결과를 얻고 여기에 자극을 받아서 비상시에 사용할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미항공우주국이 정식으로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바로 투입을 서둘렀고, 배터리가 15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달착륙선의 생명유지장치 가동에 성공합니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긴했지만, 이번에는 망가진 우주선을 다시 지구로 귀환시켜야 한다는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소 탱크 폭발로 인해 탑재된 엔진이 망가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역추진을 통한 궤도 수정은 너무나도 위험했습니다. 엔진 동작이 제대로 안될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고, 만일 엔진 점화 과정에서 손상으로 인한 2차 폭발이 일어나면 승무원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현재 속도와 달의 중력을 이용해서 한바퀴 돌아서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지만, 달착륙선에 실려있는 생명유지 장치는 두 사람이 이틀 동안 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므로 세 사람이 나흘 동안 버티지는 못합니다.
자유 귀환 궤도를 타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어떻게든 중간에 궤도를 수정해서 돌아오는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주 엔진 대신에 달착륙선에 달려있는 상승 엔진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문제는 예정에도 없던 임무 수정으로 인한 궤도 계산이었습니다. 궤도 계산을 맡은 화이트 팀을 타이거 팀으로 만들어 필요한 모든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궤도 계산을 수행하는 동안 착륙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 사령선 전원을 다 내려버립니다. 승무원은 어둠속에서 추위와 떨며 통신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심지어 유도 장치까지도 달착륙선에 있는 보조장치에 의존하는 어려움에 처합니다.
크란츠는 여러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주변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서 연설을 합니다.
"I said this crew is coming home. You have to believe it. Your people have to believe it. And we must make it happen"("저는 승무원이 귀환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여러사람들이 이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아폴로 13호에서는 "Failure is not an option"("실패는 선택이 아니다.")이라는 유명한 대사로 탈바꿈했으며, 크란츠 자서전 이름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달착륙선 엔진을 가동해서 지구로 돌아오는 궤도를 탔지만 이번에는 또다른 문제가 등장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해서 LiOH(lithium hydroxide) 흡수통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어서 승무원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여분의 LiOH 흡수통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모선과 달착륙선을 연결하는 원형 출입구로 통과하기 어려운 사각형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드 스마일리라는 똑똑한 공학도가 우주선에 실려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만 활용해서 그럴싸한 필터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서 승무원에게 알려주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성공합니다. 다음 그림을 보십시오.
남아있는 달착륙선 배터리를 사용해서 사령선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에 그동안 멋지게 활용했던 달착륙선을 분리시키고 나서, 남아있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착륙 시스템 전원을 올리지 않고 기다렸다가 지구 진입 직전에 켠 다음에 무사히 정해진 위치로 귀환합니다. 물론 비록 달 착륙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모든 승무원을 구해 냈기에 어떻게 보면 더 성공적인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났음은 여러분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좀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IEEE Spectrum 2005년 4월 특집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역자 박재호 올림